또 요즘 소설 보면서 느낀거

개소리 2019. 2. 14. 00:20

최근 회귀와 전생물이 참 많다. 아니, 최근도 아니지.


그런데 회귀와 전생물 보다보면 주인공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주인공이 배신당해서 죽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배신이란 참 좋은 소재이다. 소설은 독자들이 빠르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고 주인공과 같은 호흡을 하는게 중요한데, 다른 설정은 많은 설명이 필요한 반면 배신은 배신당했다는 것 만으로도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공감하고 동정하며 응원하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이다.


그런데 그런 좋은 소재를 흐지부지 날려버린다면 어떻게 될 까?


배신당한 주인공이 다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올라가는 내용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후에 주인공이 잘나져서 자신을 배신한 놈들에게 복수하는 장면을 기대하게 해주는, 기대감을 심어준다.


독자들이 소설을 오래 붙잡고 있게 해주는 요소가 바로 기대감과 호기심이다.


이 다음 전개는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을 불어일으키게 하는 호기심과 언젠가 나올 그 전개를 빨리 보고싶다는 기대. 이런게 있으면 필력이 안 좋거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거나 스토리가 진부해도 독자들은 어느정도 참고 소설을 본다.


반대로, 기대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면 어지간히 필력이 좋거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독자들이 소설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럼 이 배신과 복수는 어떨까? 시작할때 배신당한 주인공을 본 독자들은 가끔씩 툭툭 튀어나오는 배신한 캐릭터를 보며 흥미진진해하고 이 관계의 파국이 찾아 올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다음 글을 읽는다.


그런데... 요즘 보는 소설들을 보면 이 복수가 아주 흐지부지해지는 글이 많다.


지금 내가 읽고있는 글이 너, 내가 스타로 띄워줄게인데 이야기는 무명 여배우를 맡게 된 주인공이 흥행작을 알 수 있는 능력으로 그 여배우를 톱배우의 위치로 올려놨다가 홀라당 배신당하고 돈도 없어서 고시원에서 라면 먹으면서 혼자 남은 기획사에서 다시 시작하는 걸로 시작된다.


그럼 당연히, 독자들은 이 배신한 여배우가 아주 개썅년이구나. 걔보다 더 대단한 여배우를 키워낸다거나 능력있는 매니저인 주인공을 읽게 된 톱배우가 몰락해가면서 뭐 다시 돌아와서 바짓가랑이 잡고 매달리는걸 주인공이 매몰차게 거절한다거나


뭐 이러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장면을 기대하면서 소설을 읽는다.


그런데 웬걸? 시작하자마자 몇 화 가지도 않아서 '사실 나는 나쁜년 아님. 니가 믿던 전대표가 나쁜놈. 우리 다시 사이좋게 지내' 이런 충격적인 발언을 하고 주인공도 수긍한다.


극 전체를 이끌어 갈 수도 있는 강력한 감정 에너지를 가진 배신과 복수라는 소재가 시작하자마자 흐지부지하게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걸 본 순간부터 나는 다음 내용이 궁금하지도, 기대를 갖지도 않게 되었고 조금 더 읽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배신은 강력하지만 특히나 그게 남녀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면 더욱 더 강력해진다. 그중 최고는 역시 불륜난 마누라나 바람난 전여친이 아닐까.


지금도 재밌게 읽고있는 작품 중 미래가 보이는 투자자라는 글이 있는데, 이야기는 원래 능력이 있었는데 그걸 사용하지 않던 주인공이 전 여친이 자신을 버리고 '성공'을 위해 대기업 높으신분 아들에게 가버려서 시발 인생 뭐 있어? 좇같네 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 배짱투자를 하는데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는 '성공'을 위해 대기업 높으신분 아들에게 넘어간 개썅년 전여친을 자근자근 밟기위해 더 큰 성공을 거두고 보란듯이 돌아오는 주인공을 기대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예상과는 반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전여친은 거의 등장도 하지 않다가 전여친이 현남친과 결혼하기 전에 둘이 대화를 나누고 좋게좋게 헤어지고 전여친은 이야기에서 사라진다.


물론 복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복수를 해야만 하는건 아니다만, 그래도 시작할 때 배신당하고 상처입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 하게 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은 지어야하지 않을까?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이니 배신한 캐릭터가 어여뻐서 '사실은 그렇게 썅년은 아니에요!'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좋게좋게 끝내고 싶었으면 그에 대한 당위성과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게 부족하거나 뜬금없거나 아예 없어서, 뭐야?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 라는 생각을 남겨주게 한다.


다행히 미래 투자자는 중반 이후에 그런 내용이 나왔기 때문에 다른 흥미로운 전개의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보고는 있다만, 아마 이 소설도 시작하자마자 이런 전개가 나왔으면 끝까지 보지도 않았을 것 같다.


하.... 내가 배신이랑 복수 좋아하는것도 다 내 첫사랑년이 다른 남자놈이랑 눈맞아서 그래... 개가튼뇬...


근데 진짜 그러고 보니깐 요즘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년인 악역 여자가 나오는 작품은 거의 본 적이 없는듯. 물론 스쳐지나가는 단역 쯤 되는 악역으로는 그냥 골빈 나쁜년이 많기는 하지만 비중 있는 악역중에 일관성 있는 썅년은 없는 것 같다.


아주 씨발 독자들 욕받이무녀 역할 하는 제대로 된 썅년이 나오면 참 재밌을 것 같은데

'개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다시 찍 싸버렸다  (0) 2019.02.26
부활의 를르슈 보고 왔다  (0) 2019.02.22
요즘 소설보면서 느낀거  (0) 2019.02.12
내가 진짜 의지력 고자긴 하다  (0) 2019.02.07
끝났다... + 로망리가 하나 후기  (1) 201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