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를르슈 보고 왔다
개소리 2019. 2. 22. 12:52
곧 나라의 부름을 받고 한국으로 떠나는 아는 동생과 둘이 신주쿠에 가서 코드기어스 극장판 보고왔다.
찾아보니깐 코드기어스 2기가 2008년에 나왔던데... 그때 내가 아마 고등학생이었나...? 아니면 중학생이었나 기억도 안 나네.
그런데 그 때 당시 천원돌파 그렌라간이랑 코드기어스는 2기를 매주 목요일인가에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저화질의 동영상으로 시청할 정도로 좋아했던건 기억난다.
그렌라간이고 코드기어스고 둘 다 2기 들어가서 흥미진진한 전개가 계속되는 바람에 한 주, 한 주를 기다리는게 힘들 정도였다.
TV판을 보고 그 다음엔 소설이고 극장판이고 아무것도 안 보고 11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이어지는 내용 보려니깐 헷갈리거나 까먹었던 부분이 좀 많기는 하더라.
특히 샤리는 내 기억에는 오지는 연출과 함께 를르슈의 품 안에서 죽었던 것 같은데 뜬금 살아있고 뭐 여러가지로 뭐지 싶은게 있었는데 끝나고 찾아보니 극장판의 세계와 TV판의 세계는 패러렐월드 식으로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은 세상이더라.
뭐 여튼 이번 부활의 를르슈에 대한 감상이라면 팬을 위한 작품? 이었다.
가뜩이나 방대한 세계관과 무수한 인물들이 즐비하는 코드기어스의 세계를 2시간안에 꾸겨넣느라고 생략되거나 빠르게 지나간 부분도 많았고 본편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비중도 상당히 낮아졌다.
이번 작품의 악역이라고 할 수도 있는 무슨 사막 용병민족은 왕족 남매 둘 빼면 다 단역급이고, 등장할 사람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해서인지 메인 주조연급을 제외하면 왜 등장했는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역할이 없던 등장인물도 많았다.
그래서 아마 팬들이 10년만에 보고 추억에 젖을만한 작품으로 이번 극장판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C의 세계고 기어스고 세계관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달까 많은 부분을 까먹었던 것도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몇 가지 의외라면 를르슈를 꽁꽁 숨겼다가 극적인 장면에 등장시킬 줄 알았는데 아예 맨 처음부터 등장시킨 것과 마지막에 를르슈가 나나리 대신 C.C를 선택해서 같이 떠나는 정도?
L.L라고 자칭하던데 그렇다는건 를르슈도 C.C처럼 불멸자가 됐다는 건가? C의 세계에 나나리를 구하러 갈 때 나나리는 물에 비쳐지지만 를르슈는 상이 맺혀지지 않은 것도 뭔가 불멸자에 대한 상징 인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우선 스작후는 공식 세계관 최강 먼치킨인데 뭔 아네콘 쇼타한테 발리다가 장갑을 벗어 던지고 나서야 이기거나 맨 처음 등장에서는 그냥 발려서 잡히거나. 스작후의 압도적인 무력이 그냥 저냥 잘 싸우는 무장 정도로 밸런스 패치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스작후가 그 뭐야 키라 보살님처럼 다 썰고 다니는거 보는 맛도 있었는데. 물론 본편 볼 때는 언제나 개새끼라면서 욕하면서 봤지만.
카렌이나 샤리같은 히로인들은 비중이 거의 없거나 아니면 그냥 전투만 하다가 퇴장하는 것도 아쉽다. 불멸자가 되어서 C.C와 함께 떠나는 를르슈의 모습이 마치 '나는 C.C와 좇바라기 엔딩으로 갑니다. 다른 히로인 여러분은 알아서 행복해지세요 ^^' 이러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다 불-편하더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샤리는 그렇다 쳐도 카렌은 좀 어떻게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흑의 기사단이 하꼬일때부터 온갖 궂은일 다 하며 좋을 꼴, 못볼 꼴 다 보고 를르슈 밑에서 일했는데 이렇게 버려지다니....
제발! 하렘물이면! 다른 히로인도! 행복하게 해 주세요!
그나마 극장판 세계선에서 살아있던 샤리는 마지막에 를르슈 전화받고 우는 모습 나와서 뭔가 구원받은 느낌이라도 주던데 카렌은 어쩔...
그냥 가슴이랑 엉덩이 어필하는 색기 캐릭터일 뿐이었던 거니...? 사랑했다, 씨바ㄹ년아....
개인적으로 코드기어스 2기의 결말이 존나 깔끔하고 아름다워서 이 이상 뭘 더하면 전설의 레전드로 남은 본편을 망칠 것 같았는데 뭐 망친건 아니고. 그래도 마지막 C.C랑 둘이서만 떠나는 를르슈 보면 안 본게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또 이렇게 말하고 끝내려니 마지막 에 C.C가 보여준 우는 얼굴이 애달프네.
모든 창작가들은 자신이 창조한 히로인들이 행복하게 만들어 줄 책임이 있습니다! 못 할거 같으면 차라리 그냥 본편 샤리처럼 죽이세욧!
여담이지만 이번 를르슈 극장판은 일본에서 개봉한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도 걸려있는 상영관이 매우 적더라. 시부야에는 없고 신주쿠에도 딱 한군데 있었다. 물론 우리집 근처엔 전멸이고...
그런데 여기가 애니 극장판 많이 상영해주는 영화관인지 로비와 상영관 사이 층에 커다란 카페를 만들고 이렇게 상영중인 극장판 간판 걸어놓고 관련된 메뉴를 팔더라.
이런거 보면 참 일본 애들이 이런 미디어믹스를 잘 하는 것 같아. 로비에는 아예 영화 굿즈를 파는 상점도 있던데. 사스가 갓-본. 혼모노의 나라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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