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게임 이야기 : 센티멘탈 러브
게임 2019. 5. 11. 21:10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오랜만이네...
사실 4월말 부터 있었던 10일 연휴동안 게임 하나 잡고 리뷰나 쓰려고 했었는데...
할 게임이 없더라.
아니 진짜 이것저것 야겜 똥겜 다 건드려봤는데 뭐 하나 잡고 해볼만한 게임이 없었음...
결국 연휴는 그냥 지나가고 일주일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게임 리뷰도 아니고 추억팔이 글을 쓴다.
사실 요즘 아무것도 안 하는건 아니고 연휴때 부터 지금까지 계속 스타2 캠페인을 하고있는데 하다가 조금씩 쉴 때 인터넷 보다가 불현듯 옛날 게임 생각이 났다.
아 그거 그 게임 이름 뭐였지?
내가 중딩인가 초딩인가에 했던 휴대폰 게임.
태어나서 두번째로 해본 미연시 게임인데 아 그게 이름에 러브가 들어가긴 했는데
러브 액츄얼리? 러브 플러스? 아 시발 뭐였지 그거
이지랄 하다가 구글에 [폰게임 러브 미연시] [피처폰 미소녀 러브] [연애 모바일 러브] 이딴 식으로 2010년전으로 기간 설정하고 구글링만 2시간 했는데도 결국 그 게임을 찾지 못했다.
똥싸다 뒤 안 닦고 나온 기분으로 그렇게 다시 혼종새끼들 때려잡다가 날이 더워서 샤워를 하는데
진짜 불현듯, 아무 전조없이 그 게임 이름이 생각났다.
'센티멘탈 러브'
내가 진짜 장담하는데 지금 한국에서 이거 아는 사람 다 합쳐도 100명이 안 넘을거다.
구글에 쳐봐도 뭔 이상한 노래만 나오고 이 게임에 관한 내용은 없음.
몇 개 있는 글도 다 이 게임이 출시한다는 뉴스고 이 게임에 대한 개인의 평가나 리뷰같은 글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못 찾은것 뿐이면 말구.
여튼 본편은 언제 나왔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확장판 개념으로 나온 센티멘탈 러브 플러스는 2006년에 나왔다.
무려 13년전... 이야 내가 몇 살때야, 이거. 진짜 초중딩때 했던 게임이네.
2g폰 시절 미연시하면 유명한게, 아이리스를 만들었던 연스인데, 얘네 처음 작품인 러브 스케치도 나온게 2007년이다.
진짜 시대를 한참 앞서간 작품이었음, 이게.
내 비루한 기억력으로는 아마 이게 처음 나온 제대로 된 모바일 미연시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 이전에도 미연시 게임이 존재하긴 했었다.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 까마득한 옛날, 내가 초딩때 컬러도 아니고 흑백 휴대폰이 시장을 지배할 시절,
그때 당시 게임은 다운 받는 식 보다는 직접 인터넷에 연결해서 게임북 처럼 선택지를 하나하나 고르며 진행하는 방식이 많았...나?
하여간 그런 게임이 존재하긴 했었다.
흑백 도트 그래픽의 그림도 있었고. 그런 게임 중 미연시가 존재했었다.
내가 플레이 할 당시는 미연시가 뭔지도 모르고 연애시뮬이라는 장르에 대한 개념도 희박한 시절이라서 그냥 야한거 볼라고 했던 게임이었는데
진짜 아직도 기억나는게, 맹하고 무뚜뚝한? 성격의 여자애가 있었는데 몸매 볼륨 좋고. 얘 공략하다가 키스씬 나온거 보고 그 어린나이에 두근거리는 가슴에 밤잠을 설쳤댔다.
물론 당시 휴대폰으로 계속 인터넷 연결해서 게임하는건 오지게 돈이 많이 나갔고, 어머니 휴대폰으로 플레이 했던 내 등짝은 남아나질 않았다.
아니 뭐 이런 존나 석기시대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센티멘탈 러브는 내가 처음으로 플레이한 제대로 된 다운로드 패키지 방식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13년 전이지만 아직까지 거의 모든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이니, 내가 이 게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말 다 했다.
그리고 이 게임을 계기로 진짜 미연시에도 관심을 갖고 오덕의 길로 가게 됐다.
아마 처음으로 한 PC 미연시가 셔플 한패판이었는데 이게 나온게 2005년이니 이 게임이랑 비슷한 시기에 했던걸로 기억한다.
센티멘탈 러브는 4명의 히로인을 공략하는 전통파 미연시를 표방하고 있다.
아 근데 지금보니 이거 나온게 2004년이네.
와 대박이다 진짜.
2004년이 얼마나 옛날이냐면 투하트2가 처음 PS판으로 발매됐으며 페이트, 셔플, 가족계획 등의 고전 명작 미연시가 발매된 해이며
애니로는 로젠메이든,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선생님의 시간, 후타코이등 이젠 이름도 듣기 힘든 작품들도 나왔던 해이다.
즉 존나 씹옛날이라는 뜻인데 국내에는 오타쿠라는 단어도 아직 안 쓰일 시절부터 모바일로 미연시를 제작한 회사가 존재했다니.
대단하다, 정말.
거기에 그림체도 지금 봐도 해상도만 빼면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나쁘지 않음.
아니 뭐 여튼 히로인이 4명 있는데, 3명은 그냥 평범한 히로인이고 1명은 히든 히로인이다.
야, 심지어 히든 히로인이라는 개념도 넣었어. 대단해 증말.
이게 너무 옛날 게임인데다가 인지도도 낮았고 심지어 피처폰 게임이라 지금은 하고 싶어도 못 해서 구글에 검색해봐도 나오는 내용이 없다.
그래서 대충 내 기억대로 써봄.
주인공은 한창 텐트 빳빳하게 치는 고삐리로, 친구의 주선으로 대학생이라 구라치고 대학생 누나들이랑 미팅을 갖는다.
거기서 만나는게 제일 왼쪽 청순가련 검은머리의 다미와 제일 오른쪽 쾌활명랑 주황머리의 정아.
그리고 특이하게 히로인 중 한명이 일본인인데, 가운데 갈색머리가 일본인인 사오미다.
맨날 주인공이랑 스케이트장에서 데이트하고 컵라면에 김밥 찍어먹었는 데이트 했던 걸로 기억함.
하여튼 이렇게 세명은 평범하게 선택지를 고르다보면 엔딩을 볼 수 있다.
엔딩도 배드랑 해피엔딩이 갈렸던걸로 기억하는데 이때 당시 해피엔딩을 봤을 때의 달성감과 배드 엔딩을 봤을 때의 절망감이란...
심지어 이거 내 기억으로는 세이브 슬롯같은 것도 없고 이어하기 하나라 엔딩 보면 루트가 확정된 이전 세이브파일부터 하거나 처음부터 다시라서 플레이 타임도 꽤 됐던걸로 기억한다.
그런 이 게임에서 중요한 분기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피씨방.
피씨방에서 게임을 계속 하느냐 아니면 그냥 나가느냐에 따라서 엔딩까지도 갈릴 정도로 큰 분기가 존재한다.
여기서 게임을 계속 하면 좀 있다 정아가 와서 교복을 입고있는 주인공을 보고 "니 고삐리였냐? 하, 나랑 다미한테 이제 연락하지 마라" 이러고 정아와 다미, 둘의 루트가 아예 닫힌다.
그 다음부터는 등장도 없음.
아직 분기고 뭐고 미연시에 대한 개념도 없던 나는 이거 보고 "아, 들키면 좇되는구나" 하고 바로 로드해서 아예 이 분기에서 들키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게임을 했었다.
그러던 중 이 게임 만큼은 빠요엔이 되어서 거의 모든 루트를 다 뚫고 모든 선택지를 다 골라봤을 무렵, 나는 들킨 다음의 내용을 보지 않았던걸 기억해내고, 한번 들켜보기로 마음먹는다.
바로 배드엔딩이 뜰거라 생각한 내 예상과는 달리, 정아에게 고딩인걸 들키고 까인 주인공은 비 오는 날 쓸쓸히 비를 맞으며 귀가하는데...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주인공이 옆을 보자 홀연히 나타난 한 소녀.
바로 주인공의 중학교 동창이었나... 초등학교 동창이었나... 하여간 소꿉친구였던 미소녀.
얘가 바로 히든 히로인이자 진히로인인 다혜다.
얘 루트 타기가 참 힘든게 저 피씨방 분기에서 들키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는다면 그 어떤 선택지를 고르든 지랄 발광을 하든 게임에서 등장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름도 안 나오고 존재에 관한 언급도 없다. 걍 없는 사람임.
이 루트를 타야만 등장하는 히든 히로인이라는거다.
분명 배드엔딩이 뜰 거라고 예상했던 어린 날의 내가 여자한테 까이고 비를 맞으며 걷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등장한 이 소꿉친구를 처음 봤을 때의 그 기분이란...
심지어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4명 중 제일 예쁨;
하여튼 그렇게 다혜 루트를 타다 해피엔딩을 보면 사실 다혜도 주인공을 사랑하고 있었다고 하고 맺어진다.
와... 내 기억력 실화? 15년전 게임 스토리 줄줄 나오는거 봐 ㅋㅋㅋ
근데 진짜 그만큼 재밌었다... 그래픽도 당시로서는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고.
이때 당시 나왔던 다른 게임들이랑 비교해보면 얼마나 작화를 갈아넣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이 게임을 시작으로 뭐 미녀 환생전, 엘프 이야기, 아이리스 등등을 위시한 2g폰 미연시는 나 해봤었는데.
진짜 내가 그때 KT였는데 KT로 나온 모바일 미연시는 모두 해봤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유독 이 게임이 머릿속에 남는 이유는 처음 했던 게임이라는 상징성 때문일까, 아니면 세월이 지나면서 겹겹이 미화 된 기억 때문일까.
이 게임을 지금 다시 할 수 있다면 20만원 정도 까지는 낼 생각이 진지하게 있을 정도로 내가 좋아했던 씹고전 모바일 미연시, 센티멘탈 러브다.
아 내가 왜 옛날 휴대폰들을 다 버린걸까. 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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