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군에 어서오세요3 에레노아 올 클리어
게임/마왕군에 어서오세요 2019. 3. 4. 19:52
드디어... 길고 길었던 마왕군에 어서오세요3를 다 깼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안 본 엔딩이 2개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을 것 같으므로 패스.
총 플레이타임은 한 20시간쯤? 내가 기록에 욕심만 안 냈으면 그냥 후딱 깼을텐데 이 틀딱 게이머 감성때문에 업적이 있으면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업적 달성한다고 노가다 하다가 시간 다 갔다.
다 깨고보니 아무리 봐도 주인공은 류크가 아니라 에레노아 같다.
일단 스토리를 보자면,
처음엔 그저 가장 강한 마왕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에레노아의 정체는 미래에서 온 회귀자였고, 그녀는 언제나 류크와 함께 힘을 키우지만 류크는 수많은 세계에서 마왕 밀드라스에게 패배하거나 승리해도 3명의 여인들에게로 돌아가 진정한 마왕이 되지 않았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동족에게 멸시받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에레노아는 자신만의 힘으로 마왕을 키워내는데 인생을 바치기로 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간속에서 지쳐가면서도 류크를 진정한 마왕으로 만들려 노력한다.
언제나 실패만 반복되던 와중, 에레노아는 처음으로 마왕이 된 류크와 만나고 그에 기뻐하지만 그 세계의 류크는 새로 태어난 용사에게 패배해 죽음을 맞이한다.
수없이 반복되는 세계속에서도 바뀌지 않는 진실. 그것은 바로 「마왕은 용사에게 패한다」 와 「어떤 세계에서도 에레노아는 사라진다」 였다.
만약 류크가 밀드라스에게 패배한다면, 다른 인간이 용사가 되어 밀드라스를 물리친다.
류크가 밀드라스에게 승리해도 마왕이 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에게로 돌아가 「용사」라 칭송받는다. 즉, 용사가 마왕을 물리친 역사가 된다.
단 한번만 있었던 세계인 류크가 마왕이 된 역사에서도 류크는 바로 새로 태어난 용사에게 죽음을 맞이한다.
현재 세계의 에레노아, 즉 아직 마왕군 휘하에 있던 시절의 과거의 에레노아와의 정보 교환 끝에 그런 절망적인 사실을 알아낸 에레노아는 불안함과 공포에 휩싸인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속에서 마모되던 정신을 부여잡게 해주던 것은 바로 진정한 마왕이 됐었던 류크가 보여줬던 웃음.
어느새 「최강의 마왕을 자신의 손으로 만든다」에서 「류크를 자신의 손으로 최강의 마왕으로 만든다」로 목적이 바뀌어버린 에레노아는 밀드라스를 쓰러트리고 지금까지의 역사속에서 단 한번만 있었던, 진정한 마왕이 되기로 한 류크를 보면서 기뻐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만...
여기서 루트가 나뉘어 지는데, 우선 배드 엔딩 부터 보자.
용사가 나타날 것은 알고있지만 이미 이 세계에는 류크보다 강한 것은 없고, 에레노아는 류크에게 도움이 될 수 없었다.
다른 자에게서 힘을 취할 수 없다면 자신이 지금까지 긴 인생속에서 모은 보잘 것 없는 힘이라도 류크에게 전달해 주는 에레노아.
그리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용사들과 류크는 싸움을 벌이게 되지만... 그 힘이 부족해 패배해 버리고 만다.
자신의 패배를 직감한 류크는 에레노아가 과거로 돌아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지만 사실 에레노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을 류크에게 넘겨준 터라 루-라 마법을 쓸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만약 세계의 운명이 마왕과 용사를 싸우게 만들고, 자신이 마왕을 만들 장치에 불과한 운명일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있던 에레노아는 마지막으로 운명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류크와 함께 죽음을 맞이 한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세계에서 언제나 지켜졌던 룰인 「마왕은 용사에게 패배한다」와 「어떤 세계에서나 에레노아는 사라진다」즉, 다시 말하면 「어떤 세계에서나 에레노아는 살아남은 채 과거로 사라진다」.
이 중 에레노아는 항상 살아남아 마왕을 다시 만들어내는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는데 성공하고, 기적과도 같은 존재인 진정한 마왕이 된 류크와 함께 눈을 감는다.
배드엔딩이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음. 결국엔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고 자신이 사랑한 진정한 마왕 류크와 마지막을 함께 보낸 에레노아는 눈을 감을 때 웃으며 떠날 수 있었다는게 배드 엔딩이지만 어느정도 구원은 있는 느낌이라 괜찮았던 것 같다.
다음은 노말 엔딩
에레노아가 준 힘 덕분에 가까스로 용사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류크는 아직 어린 용사를 죽이는데 거부감을 느끼고, 이미 마왕에게 패배한 둘은 용사의 운명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해 둘을 살려보내준다.
하지만 멀리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마왕군 에레노아는 설사 가능성이 낮다고는 해도 용사를 살려보내는 류크를 이해하지 못 해 류크 몰래 힘을 다 한 용사를 죽인다.
처음으로 나타난 용사는 물리쳤지만 다음 용사는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에레노아는 이에 더욱 강한 힘을 쌓기 위해 마계로 떠날것을 제안하지만 이미 반복되는 싸움에 지친 류크는 에레노아와 함께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택하고, 인간계에 남아 에레노아와 머무른다.
하지만 어린 두 용사가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강한 분노와 용사에 대한 희망이 꿈틀거리며, 세계의 운명은 새로운 용사의 탄생이 머지 않았음을 알린다.
용사를 이기기는 하지만 더 강해질 것을 포기한 류크가 다음 용사가 나타날 때 까지 에레노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노멀 엔딩.
솔직히 나는 이게 배드 엔딩보다 더 배드 엔딩같다. 언젠가는 더 강한 용사가 나타날텐데 그 때까지 벌벌 떨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엔딩이라니;
스토리 텔링적인 부분에서도 좀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던 엔딩이었음.
다음은 베스트 엔딩
역시나 용사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류크는 용사를 살려보내고 마왕군 에레노아도 살아서 도망가는 용사를 추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 또 나타날 지 모르는 용사를 물리치기 위해 힘을 기르려 마계로 떠난 류크와 에레노아.
1년동안 마계에서 전투를 벌이며 마물들을 더 모으고, 키우고, 마족을 범하고, 힘을 쌓으며 계속해서 강해져 나가는 류크.
그런 류크에게 에레노아는 이번 정벌대상 영토에 자신의 집이 있다고 말한다.
약하다는 이유로 일족에게 버림받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불우한 과거를 말하는 에레노아에게 류크는 그렇다면 나와 함께 가서 당당히 이 마왕이 자신의 남편이라 소개하라 하고, 류크의 그런 마음을 에레노아도 받아들인다.
그리고 한 달 뒤, 에레노아의 집에서 성대한 결혼식이 열린다.
어느날 갑자기 마왕을 남편으로 데려온 에레노아에게 에레노아의 일족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는데,
결혼식 까지도 놀라워하는 자신의 가족들을 보며 에레노아는 자신의 진정한 소망을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있을 곳을 찾는 것.
최강의 마왕이 된 류크에게 몸도 마음도 지배되며 류크의 힘으로 자신이 더 이상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자신이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있을 곳'을 쭉 찾아왔던 것이다.
이에 류크는 가장 처음 에레노아와 류크가 만났을 당시 했던 약속, 「에레노아와 둘이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언젠가 최강의 마왕이 되어 모든것을 지배한다」라는 약속을 상기시키며 에레노아의 마음에 보답한다.
과연 베스트 엔딩 다운 결말.
내가 이래서 류크가 아니라 에레노아가 주인공이라는 거다.
사실 류크는 언제나 남겨진 존재일 수 밖에는 없다. 에레노아 루트로 도달하지 못한 세계의 류크는 자신의 소망을 이룬채로 그곳에 남겨져 다시는 에레노아와 재회할 수 없게 된다.
언젠가 내가 봤었던 '게임에서처럼 세이브-로드가 된 세계가 있다면, 용사가 죽은 뒤 다른 세계의 세이브 데이터로 떠나간, 용사가 없어진 세계는 어떻게 될까?' 라는 컨셉의 글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이 그와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세이브-로드를 반복하듯 에레노아는 과거로 계속해서 여행을 떠나며 자신이 추구하는 엔딩을 찾아 헤맨다.
아무리 봐도 류크 보다는 에레노아가 주인공이 맞는것 같다, 진짜로.
이 이외에도 에레노아 루트 타다가 꼽살이로 여왕 엔딩도 보긴 했는데, 역시나 별로더라
그리고 다른 엔딩에서는 안 나오지만 에레노아 베스트 엔딩 이후에만 나오는 결과창.
내가 씨발 저 좇같은 업적 칭호 깨느라고 그냥 노가다를 시벌 아주 그냥;
라스트 보스 밀드라스 이전 보스인 게마, 진게마를 40일 안에 깨야하는 미션 때문에 처음에 분노의 로드질 좀 했었다.
내가 오죽하면 이렇게 메모장에다가 스스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공략을 만들 정도였다, 시부레거
아, 그래도 업적 칭호도 다 따고 엔딩도 보고싶은거 다 보고, 깔끔하게 끝내니깐 마음이 다 후련하네.
내가 드퀘5 스토리만 더 자세히 알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근데 생각보다 스토리가 존나게 심오하고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놀랐음.
그냥 카지노 경영하면서 마왕 물리치면 끝인 줄 알았는데 뭐 시간여행도 나오고, 운명이나 세계의 힘 같은 것도 나오고.
마왕을 잡은 자가 용사인가, 용사가 마왕을 잡는 것인가 처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선문답 같은 주제도 있고.
진짜로 내 예상보다 훨씬 깊이 있는 작품이라 놀랐다. 이게 9년전 야겜 수준이란 말인가...
원래는 더 쓰고싶은 말이 많았는데 더 해봤자 지저분해지기만 하고, 일일이 말하려면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이쯤 해야겠다.
한가지 불만이 있자면, 아니 이렇게 H씬이 많은데 메인 히로인이자 주인공인 에레노아의 H가 단 둘뿐이라는게 이게 말이냐?!
심지어 CG가 두 종류인거고 H씬 자체로 두고 보면 하나밖에 없다, 시빠거
비앙카나 플로라 같은 애들은 저렇게 많이 넘치는데... 심지어 하렘 엔딩에도 못끼고 ㅂㄷㅂㄷ
뭐 여튼 이번 작품 정말 재밌게 했으니 이 기대를 안고 다음 마왕군에 어서오세요4를 플레이 해봐야겠다.
1500엔이 아깝지 않은 갓갓 띵작이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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