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칭호유래 - 엘콘도르파사 「괴조」

게임/말딸 2021. 5. 22. 00:58

 

홀리몰리... 이 시리즈 쓰는 것도 한달만이네

 

자격증 시험도 있고 건강도 안 좋고 현생 사느라 바빴... 다는건 개구라고 그냥 어찌어찌 쳐 놀다보니 쓸 타이밍이 없었음

 

근데 그것보다도 이전 라이스 샤워편을 쓰고 난 다음에

 

아무리 글을 써도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퇴고에 퇴고를 거치다보니 늦었다

 

거기에 자료도 부족해서 고서점 뒤지고 중고책 사서 읽고 뭐 그러다보니 시간 걸리기도 했고

 

근데 ㅅㅂ 대부분의 책에 있는 내용은 이미 위키에 적혀있더라 개시발

 

이번에도 여러 다큐멘터리, 인터넷 블로그와 각종 기사, 사이트 등과 함께 「개선문상에 도전한 일본의 명마들」, 「황금의 항로」라는 책을 참고해서 작성했음

 

엘콘도르파사 - 「괴조」

-모든 레이스에서 2착 이내 달성, 작전 「선행」으로 재팬컵(클래식급)에서 승리, 팬수 32만 이상

 

 

 

prix de l'arc de triomphe

 

개선문상

 

1920 1차 세계대전 이후 쇠퇴한 경마계를 부흥시키기 위해 프랑스에서 탄생한 레이스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의 호스맨들이 더비 스테이크스, 켄터키 더비와 함께 동경해 마지않아 승리를 목표로 하는 꿈의 무대

 

세계 최고봉 경주

 

그 개선문상이 열리는 파리 롱샹 경마장에 일장기가 처음 걸린 것은 1969

 

늙은 영웅 스피드 심볼리의 도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결과는 순위권 외 (11착 이하)

 

세계의 벽은 당시 일본 경마계에게는 너무나도 높았다

 

늙은 영웅의 좌절이 있고 3

 

1972년 메지로 무사시의 도전

 

18착으로 좌절

 

1986년 시리우스 심볼리의 도전

 

14착으로 대패

 

초대 도전마, 스피드 심볼리의 도전 이후 30여년

 

이어진 3번의 좌절에 모두가 포기했다

 

운송, 검역, 마구간, 먹이, 편자, 언어, 레이스 등록 절차

 

산재한 문제는 너무나도 많았고 그것들을 극복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남기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아직 일본의 말에게 세계는 이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계를 포기하지 않은 남자들이 있었다

 

세계 최고봉 무대인 개선문 상에서 우승기를 들어올리겠다

 

그 일념으로 세계를 향한 벽에 돌진했던 남자들이 있었다

 

2010년 나카야마 페스타가 2착을 하기 11년전

 

1999

 

일본의 말에게는 멀어 보이기만 했던 개선문상

 

그곳에서 혈혈단신으로 세계를 상대로 혈투를 벌였던 명마가 있었다

 

세계 정상의 자리에 가장 가까운 곳 까지 도달했던 일본의 명마가 있었다

 

일본 경마사 50여년간 개선문에서 연착을 해낸 단 세 두의 말 중 첫째

 

세계로 향하는 길은 어둡기만 했던 20세기에 일본 경마계의 미래를 밝혀준 등불

 

 

 

엘콘도르파사

 

그는 세계의 정점에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닿았던

 

최초의 일본 경주마였다

 

 

와타나베 타카시는 유럽 경마에 동경을 품은 사나이였다

 

1975년 메지로의 오너 키타노 부부와 영국 더비를 관전했던 그날부터

 

그 마음은 이미 확고해져 있었다

 

197930세라는 젊은 나이로 마주 자격을 획득한 그의 취미는 말들의 혈통표를 보는것과 말 경매시장의 목록을 확인하는 것

 

그는 언제나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우수한 피를 찾아 헤메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92

 

그는 태터솔 경마 시장의 목록에서 한 암말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암말의 이름은 새들러즈 갤

 

세계의 명마혈통 명 암말계의 정점이라 불리는 쏭의 피가 흐르는 그 말은

 

심지어 아버지가 새들러즈 웰즈로 쏭의 피가 강한 근친교배의 피를 지니고 있었다

 

와타나베는 새들러즈 갤을 구매하기 위해 곧장 움직였지만 경매시장에 나가기 직전 새들러즈 갤의 상태가 안 좋아 그녀의 출품이 취소된다

 

보통이라면 연이 없었다며 포기했을테지만

 

그는 아일랜드의 에이전트와 연락을 취하면서 어떻게든 그녀를 구매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이 암말을 손에 넣게 된다

 

당초 그는 아버지대부터 갖고 있던 미국 년도 대표마, 에피 인디의 영구 파종권을 이용해 에피 인디와 새들러즈 갤의 교배를 진행했지만

 

태어난 암말인 갤 프롬 시애틀은 허약체질인 탓에 출마도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암말 생활 2년차

 

 

새들러즈 갤의 교배상대로 와타나베가 고른 것은 킹 맘보였다

 

미국의 유명한 씨수말인 미스터 프로스펙터의 아들이자 역사적인 마일러 챔피언인 미에스크를 어미로 둔 명마

 

분명 매력적인 배합이었지만 자세히 혈통표를 들여다보면 누구나가 금새 이 배합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킹 맘보의 외조부인 누레이에프 역시 쏭의 혈통이었기 때문에 킹맘보 X 새들러즈 갤의 배합은

 

쏭 계열의 트리플 크로스를 갖는 극단적인 근친배합이 되는 것이었다

 

 

여기서 잠시 서러브레드의 근친배합 (인 브리드)에 대해 말해보자면

 

인브리드란 선조가 같은 말을 교배시킴으로서 양질의 열성 유전자를 동형접합체화 시켜 특정 능력을 고정할 수 있는 배합을 뜻한다

 

좋은 능력을 유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서러브레드계에서 근친 배합이란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 농도가 너무 짙어지게 된다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여러 유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는 그다지 복잡한 근친 배합을 시도하지 않는다

 

인브리드 중에서 가장 선호되는 것은 3대와 4대가 같은 3X4조합

 

노던 테이스트의 3x4 배합인 오르페브르의 혈통표

 

기적의 혈량 18.75%인 부모 한쪽의 3대와 다른 쪽의 4대 선조가 같은 이 3X4조합이 가장 보편적이지만

 

킹 맘보와 새들러즈 갤의 경우

 

 

노던 댄서 3X4, 네이티브 댄서 4X5, 스페셜 4X4, 포를리 4X5X5, 4X5X5라는

 

극도의 근친 배합

 

너무나도 리스크가 큰 그 결정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킹 맘보와 새들러즈 갤의 교배는 상당한 근친 배합입니다. 프로라면 하지 않는 배합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마추어인 나라서 할 수 있다 라 생각해 결단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그 리스크가 너무 커서 시도도 안 해볼 이런 도전을

 

와타나베가 결행한 이유

 

그것은 오로지

 

이 혈통의 말은 세계를 노릴 수 있다는 굳은 신념 때문이었다

 

그리고 1995 3 17

 

머나먼 미국의 켄터키 주에 위치한 목장

 

그곳에서 수많은 명마들의 피를 짙게 물려받고 태어난 망아지

 

 

엘콘도르파사가 태어나게 된다

 

다만 이때 그를 보러 온 니노미야 요시타카 조교사는 그를 보고

 

두껍고 네모난 말이라는 인상을 받았을 뿐이며

 

와타나베 오너에 대한 보고도 그저 평범한 말로 끝날 뿐

 

아직 콘도르의 날개는 창공을 날아오를 정도의 비범함을 보이지는 못했다

 

이후 1살이 된 19961월 일본의 홋카이도로 오게 된 그는 키무라 목장에서 성장과 훈련을 받고

 

슬슬 데뷔를 할 시기인 2살의 19978월 말

 

미호 트레이닝 센터에 있는 니노미야 마구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편자를 붙이는 것 이외에는 지극히 평범했던 그를 보고

 

당시 마구간의 스탭들은 조금은 달려주려나정도로 생각할 뿐이었다

 

다만 데뷔전이 있는 주에 그와 함께 달린 마토바 기수는 그의 달리기를 보고 감탄을 해

 

데뷔전의 기수로서 참가하게 된다

 

페루의 민요 콘도르는 날아간다에서 유래한 이름

 

El Cóndor Pasa (콘도르는 날아오른다)

 

그는 1997117

 

처음으로 그 큰 날개를 펼쳐 상공을 날게 된다

 

 

다리에 부담을 주기 싫다라는 이유로 선택된 더트의 1600m 코스

 

여기서 잠시 그가 경마계에 진출했던 시대를 돌이켜보자면

 

96 창설된 G1 레이스, NHK 마일컵은 초년도의 출장마 18 14두가 외국산

 

이듬해 97년의 출장마 18 13두가 외국산말

 

히시 아마존, 타이키 블리자드 등의 외국산말이 거리 불문하고 코마 G1에서 대활약을 펼쳐

 

엘콘도르파사가 데뷔한 97년도의 가을은 실로 외국산말 전성시대라 있었다

 

그런 상황이니만큼 단승 2.5배의 지지를 받으며 1 인기로 나선 데뷔전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출발이 늦어진 탓에 최후방에서 레이스를 진행하던 엘콘도르파사는

 

4코너에서 선두에 붙더니 직선 스퍼트에서는 다른 말들을 모두 남겨두고서는 홀로 독주를

 

 

2착과 무려 7마신의 차이를 내며 압승

 

스퍼트 시간도 2착인 만달린 스타가 39초대, 이외의 말이 모두 40초대 이상인 반면

 

엘콘도르파사는 경악의 37.2

 

마치 어른과 아이의 싸움을 보는 듯한 힘의 차이였다

 

설마 엘콘도르파사가 이렇게 강할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니노미야 조교사는 결과에 고무되어

 

마찬가지로 더트 1800m 500 이하 레이스에 보내게 되고

 

1998 1월에 있던 2번째 경기에서는

 

역시 스타트가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3코너부터 스퍼트를 올려 직선에서는 한번 독주를 보여주며

 

 

2착과 9마신의 차이를 내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엄청난 결과로 인해 이때부터 엘콘도르파사는 동세대의 44, 아사히 2S 압승했던 그래스원더와 더불어

 

거물이 될 그릇인 외국산 말이라며 경마팬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 레이스를 마지막으로 니노미야는 마토바에게 그래스 원더와 엘콘도르파사 중 선택을 강요하게 되는데

 

누가 봐도 그래스 원더와 엘콘도르파사는 곧 격돌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토바는 그래스 원더의 손을 들어주며 1경기의 유예를 얻은 후 엘콘도르파사의 안장에서 내리기로 결정한다

 

어찌됐던 2연승 압승극을 보여주며 자신의 강함을 보여주었던 엘콘도르파사였지만

 

일본 경마는 잔디가 주류

 

아무리 더트에서 강해도 잔디에서 통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스타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잔디에서의 적성을 시험하기 위해 선택된 무대는 공동통신배 3살 스테이크스 (G3, 1600m)

 

그러나 공교롭게도 눈이 내린 바람에 경주는 더트 마장에서 열리게 되었고

 

지금까지 더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엘콘도르파사는 1.2배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1번 인기에 등극

 

 

2착과 2마신의 차이를 벌리며 가볍게 승리를 쟁취한다

 

매 경주마다 정신, 신체 모두 다 성장하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거라 생각한다

 

그래스 원더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멋진 말이다. 같은 레이스에 안 나가줬으면 좋겠고 내 몸이 2개 있었으면 좋겠다

 

마토바 기수가 그런 말을 남길 정도로 엘콘도르파사는 강했고, 강해져갔다

 

다만 진정한 싸움은 지금부터라 볼 수 있었다

 

당시의 규정상 외국산말은 클래식 출마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외국산 말들이 노리는 무대는 바로 NHK 마일

 

 

강한 외국산 말이 많았던 당시에는 NHK 마일컵은 외국산 말의 더비라 불릴 정도였으니

 

당연 엘콘도르파사의 목표는 NHK 마일이었고

 

그를 위한 전초전인 뉴질랜드 트로피가 다음 레이스로 결정되었다

 

니노미야 조교사는 기수를 확보하기 위해 마토바에게 결단을 촉구하였지만

 

마토바는 고민 끝에 또다시 그래스 원더를 선택

 

그 뜻을 전달했지만 315일 그래스 원더가 골절 부상을 입으며 봄 시즌의 출마가 절망적이게되자

 

봄 시즌 동안은 마토바가 엘콘도르파사의 고삐를 쥐게 되었다

 

뉴질랜드 트로피에서 만난 것은 작년 그래스 원더에게 밀려 아사히배 2착을 한 마이넬 러브와

 

플라워컵 우승마인 스기노 큐티

 

처음 밟아보는 잔디 마장에 엘콘도르파사는 준비운동 단계에서 조금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고

 

스타트도 조금 늦어졌다

 

마토바는 1400m의 빠른 흐름에 엘콘도르파사가 쫓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었지만

 

 

초반에 늦어진 스타트를 금새 중단 위치까지 회복했던 엘콘도르파사는 직선에 들어가서도 선두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525m의 긴 후추의 직선을 달리며 곧장 선두를 쫓아 200m가 남은 지점에서

 

안쪽에서 선두를 달리던 마이넬 러브와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점점 가속에 가속을 붙여나가며 쫓아오는 마이넬 러브와 스기노 큐티를 모두 뿌리치고 당당히 결승선을 통과

 

 

2착인 스기토 큐티와 2마신의 차이를 내며 1착 우승을 거머쥔다

 

1400m라는 짧은 거리에서 스타트 미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스퍼트에서까지 멋진 호각을 뽐내며 우승을 거머쥔 엘콘도르파사

 

44

 

다음 목표는 당연 NHK 마일이었고

 

그곳에서는 3두의 무패마

 

44승 중상 우승마인 토키오 퍼펙트, 33승 중상 우승마 로드 엑스,. 22승의 신코우 에드워드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미 유일한 라이벌로 인정받던 그래스 원더가 불출마하는 시점에서 누가 봐도 엘콘도르파사의 우승은 확실해 보였다

 

1.81번 인기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엘콘도르파사

 

2번 인기와 2배의 지지를 받은 그는 결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레이스는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좋은 스타트를 보여주며 선두 그룹에 안착

 

800m를 지난 시점에서 3번째 위치에서 달리던 엘콘도르파사는 마지막 직선에서 가장 바깥쪽을 돌면서도

 

직선에 들어가자마자 선두로 치고나가 끝까지 여유있게 달려

 

 

결과는 1.75 마신 차의 1

 

치명적인 스타트 미스만 아니라면 9할은 이긴 것과 다름없다

 

라던 니노미야 조교사의 말처럼 전혀 위험한 장면 없는 여유로운 승리였다

 

5 5

 

거기에 쟁쟁한 외국산말들을 모두 누르고 NHK 마일컵에서의 승리까지

 

데뷔한 이후 반년만에 이룬 성과로는 믿기지 않는 성적이었다

 

순식간에 G1마로 가는 계단을 날아오른 엘콘도르파사였지만

 

 

이 시점에서 엘콘도르가 달린 코스는

 

잔디 1400~1600m, 더트 1600~1800m

 

모든 레이스에서 최소 1.75마신차, 평균 4.35마신차의 승리였기에

 

더트와 단거리 적성이 높은 것 같다

 

거리가 늘어나도 잘 달릴 수 있을것인가

 

라는 말은 그에게 따라붙기 마련이었다

 

외국산말은 클래식에 나갈 수 없었던 97년 가을

 

팬들의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가을 시즌으로 넘어가게 된다

 

 

55승 무패의 G1마로서 3살의 봄시즌을 끝낸 엘콘도르파사

 

그가 가을의 초전으로 선택한 것은 지난 NHK 마일컵보다 200m가 늘어난 G2 경기

 

마이니치 왕관이었다

 

그곳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골절 이후 10개월만의 복귀를 해 다시 마장으로 돌아온 그래스 원더와

 

 

타케 유타카라는 자신의 진정한 파트너를 만나 봄부터 연승가도를 달리고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G1 타이틀까지 거머쥔 사일런스 스즈카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엘콘도르파사의 기수였다

 

마토바 기수는 그래스 원더의 주전 기수로서 엘콘도르파사와 그래스 원더 중 어느 쪽을 타고 마이니치 왕관에 나설지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은 예전부터 변함없던 결정인 그래스 원더

 

물론 마구간 사정이나 인간관계도 있었겠지만 이 시점에서 순수하게 말의 능력만 보자면

 

그래스 원더와 엘콘도르파사 중에서 엘콘도르파사가 어느정도 우세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감하는 일이었으리라

 

다만 팬들은 마토바가 선택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였던 것인지

 

2번 인기는 엘콘도르파사 대신 마토바의 선택을 받은 그래스 원더에게 돌아가게 된다

 

엘콘도르파사가 받은 것은 3번인기

 

1번 인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 사일런스 스즈카의 것이었다

 

엘콘도르파사 진영은 그래스 원더를 선택한 마토바 대신 엘콘도르파사의 안장에 앉을 기수를 찾아야 했다

 

엘콘도르파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세계를 바라보던 와타나베는 훗날 원정을 떠날 프랑스의 기수 올리비에 페리에를 먼저 선택했지만

 

JRA가 단기면허로 하루만 기승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는 통보를 내리며 불발로 끝난다

 

그 다음으로 타진한 것은 국제 경험이 풍부한 타케 유타카

 

그러나 그는 이미 사일런스 스즈카를 타고 있었으므로 엘콘도르파사의 안장에는 앉을 수 없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된 기수는

 

1998, 전년도의 2배 이상인 138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관동 리딩 (관동에서 최다승리 기수)를 획득한 명수

 

 

데뷔 12년차의 베테랑 에비나 마사요시였다

 

개업 후 9년만에 엘콘도르파사 덕분에 처음으로 중상 제패를 이룬 트레이너 니노미야와

 

2년전 데뷔 10년만에 첫 G1 제패를 이룬 기수 에비나

 

훗날 팀 엘콘도르파사라 불리는 신진기예의 콤비가 결성된 순간이었다

 

 

사일런스 스즈카, 그래스 원더, 엘콘도르파사라는 강호의 격돌에 G2 경기에도 불구하고 13만명의 관중이 몰린 도쿄경마장

 

스타트를 끊은 것은 역시 사일런스 스즈카였다

 

전반 1000m 통과 기록 57.7의 하이페이스로 도주한 사일런스 스즈카

 

엘콘도르파사도 그 뒤를 두번째 집단에서 쫓아갔다

 

3코너를 빠져나오며 그래스 원더가 2번째 위치까지 올라가며 승부를 건다

 

선두 사일런스 스즈카

 

2번째 그래스 원더

 

엘콘도르파사는 그래스 원더의 뒤를 바짝 쫓으며 직선에 들어간다

 

마지막 직선

 

 

전혀 다리의 힘이 떨어지지 않는 사일런스 스즈카가 앞으로 치고 나가고

 

그래스 원더는 점점 실속

 

엘콘도르파사가 그런 그래스 원더를 제치고 2번째 위치로 올라간다

 

남은 거리 200m

 

사일런스 스즈카가 4마신 정도의 리드를 유지하며 변함없이 선두를 지키고

 

 

다른 모든 말들이 쳐지는 가운데 엘콘도르파사만이 유일하게 홀로 사일런스 스즈카를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쫓아간다

 

 

사일런스 스즈카와 엘콘도르파사의 거리가 좁혀지고

 

엘콘도르파사와 후속 집단의 거리는 벌어져갔지만

 

과연 사일런스 스즈카는 강했다

 

 

결과는 끝내 2마신 반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2착 패배

 

엘콘도르파사가 맛본 첫번째 패배였다

 

 

그림자조차 밟지 못했다. 상대가 강했다. 완패다

 

엘콘도르파사의 안장에 처음 앉은 에비나는 상대를 추켜세웠다

 

비록 사일런스 스즈카에게는 2.5 마신의 차이로 졌지만

 

엘콘도르파사와 3착인 선라이즈 블랙의 차이는 5마신에 달했었다

 

결코 비관할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사실 이 레이스는 엘콘도르파사 진영에게 있어 큰 대회를 앞둔 전초전에 불과했고

 

한 경기, 한 경기에 승부를 걸고 있던 사일런스 스즈카와는 그 진지함이 다를 수 밖에는 없었다

 

 

마이니치 왕관에서의 첫 패배 이후

 

본래 엘콘도르파사 진영의 목표는 마일 챔피언십이었다

 

하지만 내년 프랑스 원정을 염두해두고 있던 진영은 방침을 바꾸고 목표를 국제경기인 재팬컵으로 바꾼다

 

와타나베 오너는 더비마 스페셜 위크, 프랑스 G1 우승의 타이키 셔틀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라면

 

재팬컵을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에 그는 많은 비극을 만든 경마장, 마일 챔피언십이 열리는 교토 코스를 말에게 안 좋다는 이유로 꺼리던 것도 목표를 바꾼 이유 중 하나였다

 

다만 마이니치 왕관에서의 첫 패배 이후 그는 자신의 선택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나의 고집으로 애마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와타나베 오너는 니노미야 조교사에게 상담을 했다

 

실적이 있는 마일전 (마일 챔피언십)에 나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니노미야 조교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에 대한 니노미야 조교사의 대답은 심플했다

 

 

어느 쪽에 나가든 이길 수 있습니다만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와타나베 오너는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그리고 이 대답으로 망설임 없이 재팬컵을 선택했다

 

당시 엘콘도르파사는 마일 ~ 2000m 정도가 베스트인 말이라 생각되고 있었다

 

올해의 재팬컵에 나서는 말은

 

불세출의 여걸 에어 그루브

 

 

더비 우승마 스페셜 위크

 

전년도 브리더즈컵 더비의 패자인 거물, 치프 베어하트

 

적으로 돌린다 생각해보면 모두 까다로운 상대들이다

 

거기에 거리 적성을 생각해도 지금까지 뛰어본 최장거리가 1800m였던 엘콘도르파사에게 2400m의 거리는 너무 길어 보였다

 

그러나 와타나베는 세계를 향한 꿈을 놓치지 못했다

 

여기서 무참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세계는 결코 넘볼 수 없다

 

그가 꿈꾸는 세계의 무대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만 하는 경주였다

 

 

1129일 도쿄 경마장

 

1번 인기는 같은 도쿄 경마장, 2400m에서 더비를 제패했던 스페셜 위크

 

2번 인기는 이전부터 재팬컵이 목표라 공표하던 전년도 2착의 암말, 에어 그루브였다

 

여러 불안요소를 안고 있던 엘콘도르파사는 6.0배의 3번 인기를 받았다

 

기수인 에비나 마저도

 

(엘콘도르파사의) 능력은 믿고 있지만 거리는 달려보지 않으면 모른다 라는 말을 했었고

 

와타나베 오너는 그런 에비나 기수를 보며 니노미야 조교사에게

 

마일CS였다면 확실히 이길 수 있었을 텐데 패전을 강요한 것 같아 미안하다

 

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였다

 

그렇게 다소의 불안감을 품은 채 시작된 레이스

 

먼저 선두에 나선 것은 스타트에 실패했으면서도 홀로 도주에 나선 사일런트 헌터였다

 

엘콘도르파사는 스페셜 위크, 에어그루브와 함께 2, 3번째 위치를 달리며 기회를 엿본다

 

에비나 기수는 오로지 엘콘도르파사의 리듬을 망가트리지 않는 것을 의식하며 달렸다

 

미지의 거리 2400m

 

엘콘도르파사가 어디까지 달려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선두에는 도주마 사일런트 헌터

 

그 뒤를 쫓는 운가로, 엘콘도르파사, 스페셜 위크, 에어 그루브라는 진영이 붕괴되지 않은 채

 

4코너에 진입한다

 

앞서가던 사일런트 헌터와 후속집단의 차이가 좁혀지고

 

엘콘도르파사가 먼저 스퍼트를 걸었다

 

직선에 들어가면서 치고 나가는 엘콘도르파사

 

에어 그루브와 스페셜 위크도 한발 늦게 스퍼트를 걸고 쫓아간다

 

400m 남은 지점에서 사일런트 헌터가 실속

 

 

엘콘도르파사가 선두로 나서고

 

안쪽에서는 바짝 따라붙는 에어그루브

 

바깥쪽에서는 금새 엘콘도르파사의 바로 뒤까지 따라붙은 스페셜위크

 

승부는 이 세마리의 싸움으로 좁혀진다

 

하지만 엘콘도르파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스페셜 위크가 먼저 나가떨어지고

 

에어 그루브는 마지막까지 쫓아가보았지만

 

엘콘도르파사와의 거리는 점점 벌어져만 갔다

 

 

2.5 마신 차이로 재팬컵 우승

 

엘콘도르파사의 완승이었다

 

아리마 기념도 포기한 채 재팬컵을 선택해 나온 더비 우승마 스페셜 위크

 

예전부터 이 경기만을 목표로 달려왔던 에어 그루브

 

그 모두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가져온 승리

 

사상 최초의 3살 재팬컵 제패

 

2400m의 거리도 엘콘도르파사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게 증명되었다

 

지금까지 엘콘도르파사가 남긴 기록은 7621

 

NHK마일C, 재팬컵 제패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엘콘도르파사에게 일본은 좁다

 

이제 꿈에도 그리던 세계의 무대로 뻗어나갈 때였다

 

 

당초 예정대로 아리마 기념에는 출마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가을 시즌을 종료한 엘콘도르파사

 

거기에는 이미 세계를 준비하고 있는 말에게 구태여 아리마 기념에까지 나가게 해 무리시킬 필요는 없다는 와타나베 오너의 판단이 있었다

 

그리고 엘콘도르파사는 사츠키상과 킷카상, 클래식 2관을 딴 세이운 스카이를 제치고 올해의 최우수 3살마로 선정된다

 

연도 대표마는 프랑스 G1에서 우승을 거둔 타이키 셔틀. 208표 중 174표 득표라는 말도 안 되는 지지율이였다

 

그리고 1월 말에 열린 JRA상 수상식

 

와타나베는 유럽 장기 원정을 정식으로 발표하게 된다

 

 

개선문상은 하루아침에 뚝딱 이길 수 있는 레이스가 아닙니다. 승리를 위해서는 유럽에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개선문상을 반년 앞둔 414

 

엘콘도르파사는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

 

 

 

 

유럽에 맞는 마체를 만든다라는 니노미야 조교사의 방침에 따라

 

일본마로서 전례가 없는 유럽 장기 원정을 결행하기 위해 반년 일찍 프랑스에 도착한 엘콘도르파사

 

그는 작년 타이키 셔틀이 유럽 원정을 나설 당시 이용했던 토니 클라우드 마구간에 들어가게 된다

 

당초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 컨디션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물에서부터 건초까지 모두 일본에서 가져와 서서히 현지의 것들로 바꾸어 나가며 적응을 시작했다

 

이 모든 안배는 타이키 셔틀이 프랑스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준비되어 왔던 것이었다

 

91년도 일본에 방문했던 토니는 지인의 소개로 와타나베를 알게 되었고

 

19982

 

일본에 다시 방문한 토니와 재회한 와타나베는 그에게 이렇게 부탁했던 것이다

 

엘콘도르파사가 강해져서 원정을 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잘 부탁드립니다

 

당시 엘콘도르파사의 성적은 아직 22

 

엘콘도르파사의 강함이 검증되기도 전부터 와타나베는 세계의 무대에 서는 것을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또한 훈련 역시 철저했다

 

처음에는 일본의 잔디보다 훨씬 길게 자란 유럽의 잔디 마장에 적응하지 못해 가벼운 훈련에도 금새 지치고

 

비가 와서 땅이 물러지기라도 한다면 엉망진창의 폼으로 달리던 엘콘도르파사였지만

 

니노미야 조교사의 하드 트레이닝 아래에서 금새 주법을 변화시키고는 근육의 형태도 바뀌어 동체가 더욱 늘씬하게 만들어졌다

 

훈련에서는 철저하게 괴롭혔습니다. 그만큼 힘들게 했으니 종래의 상식으로는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는 과도한 훈련을 견뎌내주었습니다. 그런만큼, 프랑스에서 나간 4번의 레이스는 그 몇배나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훗날 니노미야 조교사가 그렇게 회상할 정도의 하드 트레이닝이었다

 

또한 엘콘도르파사의 유럽 원정에서 빼놓을 없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바로 타다 노부타카

 

타이키팜에서 근무하던 그는 쿠로후네 미스터리나 타이키 블리자드의 미국, 캐나다 원정에 함께 하고

 

타이키 셔틀이 프랑스 원정을 할때도 함께 했던 인물이었다

 

이후 타이키 팜에서 독립한 그는 이번 엘콘도르파사의 원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엘콘도르파사에 합류하게 되는데

 

뛰어난 언어능력과 정보수집력, 교섭력을 이용해서 팀을 서포트 하던 인물이었다

 

니노미야 조교사와 에비나 기수가 현장에서 활약하는 장량과 번쾌라 한다면

 

그는 실로 소하에 비견되는 인재라 있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 덕분에 실로 만전이라 할 수 있는 태세로 유럽 원정에 나선 엘콘도르파사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레이스는 바로 523일에 열린 G1 이스파한상이었다

 

일본과는 달리 게이트인의 진행이 느린 현지의 레이스

 

여기서도 타다의 교섭력은 빛을 발했다

 

그의 교섭으로 후순위로 게이트에 들어가게 된 엘콘도르파사

 

다만 아무리 준비를 했어도 역시 환경의 차이는 컸던 탓일까

 

일본에서는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흥분된 모습을 보이며 유럽의 무거운 마장에 당황한 엘콘도르파사는

 

 

1850m라는 충분히 수비범위 내의 거리의 레이스에서

 

결국 2착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고 만다

 

다만 재팬컵 이후 반년만의 레이스인데다 해외원정 초전인데도 불구하고

 

엘콘도르파사의 분발은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300m 앞에서는 한번 선두에 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쉬운 패배를 했던 것인데다

 

1번 인기였던 말은 전년도 뤼팽상 (G1) 우승마인데다 프랑스 더비에서 2착을 한 강호인 수준 높은 레이스였다

 

아깝군! 이기고 싶었는데

 

분함과 아쉬움에 입술을 깨무는 에비나 기수의 옆에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니노미야 조교사의 모습이 있었다

 

프랑스에 막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마구간의 스탭들 사이에서는

 

과연 언제까지 프랑스에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초전에서 참패를 한다면 금방 돌아가겠지

 

라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많았지만 그런 걱정을 모두 불식시켜주는 좋은 레이스였다

 

실제로 레이스 직후 현지 경마팬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에는 프랑스의 말이 이겼지만 개선문상에서는 우리 말이 질 것이다

 

갑작스러운 G1 2착으로 엘콘도르파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과 동시에 그와 그의 주변 환경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본래 엘콘도르파사를 돌보는 구무원은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었지만

 

나이 탓인지 프랑스에 온 이후 매일 기력이 쇠해지던 그는 결국 이스파한상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식사나 환경에도 적응하지 못했던 늙은 베테랑에게 머나먼 서역의 땅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를 탓할 수는 없지만 그의 대역을 맡을 사람이 누구냐는 문제가 생겨났고

 

 

결국 니노미야 조교사는 대신할 인물을 찾는 것 대신 훈련 보조였던 사사키 코우지라는 인물에게 엘콘도르파사를 맡겼다

 

솔직히 저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컸습니다

 

그는 그런 거대한 중압감과 싸우며 엘콘도르파사를 돌보게 되었다

 

또한 엘콘도르파사 역시 레이스 전에는 무거워 보이는 달리기를 보였었지만

 

이스파한상 이후의 훈련에서는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주게 되었다

 

지금까지 더트에서 잔디로, 마일에서 클래식으로

 

수많은 벽을 뛰어넘고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었던 엘콘도르파사

 

그가 점차 본래의 자신의 힘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것은 5주 후에 열린 G1 경기

 

 

생 클루 대상이었다

 

긴 잔디의 2400m 코스의 레이스

 

타다의 교섭으로 레이스 전날 생 클루 경마장에 들어와 사전 답사를 한 에비나 기수

 

천천히 레이스장을 돌며 주변을 관찰하는 그의 등에는 뜨거운 햇볕 탓인지 땀이 강처럼 흐르고 있었고

 

레이스장의 곳곳에는 골프공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거 괜찮은건가?

 

그런 마장을 에비나 기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는 없었다

 

하여튼 그렇게 맞이한 생 클루 대상에는 총 10두의 말이 출마하였다

 

일본의 G1은 거의 풀게이트가 일상이기에 10두 라는 숫자는 적어보일 수도 있지만

 

레이스 등록 요금이 비싼 유럽에서는 이길 확률이 희박한 경주에는 말을 출마 시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출마하는 말이 적은 레이스 일수록 강한 말이 모인다는 뜻이고

 

이번 생 클루 대상에 출마한 말들도 누구 하나 쉬워 보이는 말이 없었다

 

전년도 바덴 대상 1번 인기, 개선문상 3착의 타이거 힐

 

전년도 프랑스 더비, 아일랜드 더비를 제패한 패자, 드림 웰

 

전년도 개선문상에서 우승을 쟁취한 사가믹스

 

전년도 독일 더비와 바덴 대상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의 암말이라 불리던 보르지아

 

실로 세계 무대에 걸맞는 강자들이 즐비한 무대

 

심지어 안 그래도 일본의 마장보다 더 무거운 유럽의 생 클루 마장은 전날에 내린 비로 더욱 무거워진 상태에

 

엘콘도르파사에게 부과된 근량은 일본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61Kg이라는 엄청난 무게

 

생 클루 대상에서 엘콘도르파사와 에비나 기수는 고전을 강요받아야만 했다

 

레이스 내용도 실로 혈투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달리던 드림 웰이 엘콘도르파사의 뒷다리에 접촉하는 바람에 엘콘도르파사는 외상을 입은 상태로 레이스를 진행해야 했고

 

다른 말의 다리에서 튕겨 나온 편자가 에비나 기수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그러나 에비나 기수와 엘콘도르파사는 멈추지 않았다

 

여러 사고로 인해 호흡이 흐트러져 고전을 면치 못하던 엘콘도르파사였지만 3,4번째 위치를 놓치지 않았고

 

직선에 들어가면서 가속

 

직선 중간에서는 앞서가던 타이거 힐을 가볍게 제치고는 세계의 명마들을 제치고 홀로 뛰쳐 나아갔다

 

 

결과는 2.5 마신 차이의 우승

 

스피드 심볼리의 킹 조지 도전으로부터 딱 30

 

일본말에 의한 유럽 클래식 거리 (중거리) G1 제패

 

 

엘콘도르파사는 드디어 일본 최초로 해외 G1 중거리 우승을 쟁취하는데 성공했다

 

생 클루 마장이 떠나가라 울려퍼지는 관객의 함성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에비나 기수

 

그 속에서 니노미야 조교사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채 냉정하게 바라만 보다 한 마디 툭 던질 뿐이었다

 

「이걸로 개선문상의 전망이 보였다」

 

 

 

힘든 조건과 세계의 강호들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엘콘도르파사

 

그는 생 클루 대상 이후로 128 레이트를 받으며 프랑스 더비, 아일리쉬 더비를 압승한 몬쥬와 함께

 

유럽 4살 이상 말 중에서는 올해 최고 평가의 수치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레이스 중에 입은 오른쪽 뒷다리의 부상

 

그곳에 세균이 들어가며 봉와직염이 발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금방 붓기가 빠지는 부상이었기에 매스컴에서도 경상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토니 마구간의 베테랑, D미셸이 밤낮으로 환부를 보살펴도 좀처럼 붓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잠시 일본에 귀국해 있던 니노미야 조교사는 수의사인 나가타 히로시를 급히 프랑스로 파견

 

심볼리 루돌프도 담당했던 베테랑 나가타 수의사는 엘콘도르파사의 환부에 붕대를 감으며 침음성을 흘릴 밖에는 없었다

 

엘콘도르파사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한 중상이었던 것이다

 

결국 부상이 심해져 굴건염과 비슷한 증상까지 갔던 엘콘도르파사는 부상을 치료하는데 한달을 소모해야만 했다

 

그의 붕대가 풀린 것은 8 2

 

7월부터 시작하려 했던 훈련은 8월로 미뤄져야만 했다

 

자잘한 사고는 이후로도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은 방목지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던 엘콘도르파사와 가까운 길에 주차되어 있던 트럭이 마치 폭발하는 듯한 굉음을 내며 급발진을 적이 있었다

 

소리에 놀란 엘콘도르파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다리에 담쟁이 덩굴이 끼여버렸다

 

놀라움과 고통에 패닉에 빠져버린 엘콘도르파사는 자리에서 번이나 두다리로 일어서며 발광을 했고

 

고삐를 잡고 있던 사사키는 목숨을 걸고 엘콘도르파사를 진정시켜야만 했다

 

몸의 위험을 느껴 고삐를 놓아버릴까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놓아버려 (엘콘도르파사가) 큰일이 난다면 개선문상은 날아가 버린다. 그렇게 생각하니 도저히 고삐를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니노미야 조교사에게도 사고가 있었다

 

니노미야 조교사가 머물던 숙소의 위치는 샹티이의 도심속

 

라몰레 지구에 위치한 토니의 마구간까지는 도보로 40분 정도가 걸리는 위치에 있었다

 

시골마을인 샹티이에서 아침 일찍 택시를 잡는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따라서 니노미야는 자전거를 구입해 마구간까지 매일 자전거로 통근을 했었는데

 

언제나처럼 자전거로 통근을 하던 어느날, 니노미야 조교사는 코너를 앞에 둔 내리막길을 달리다

 

연석을 타고 넘어가 미끄러져 버리는 바람에 늑골 골절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성적만 본다면 일견 순조롭기만해 보이는 엘콘도르파사의 유럽 원정에는

 

사실 수많은 위기가 존재했던 것이다

 

 

부상에서 회복한 엘콘도르파사가 가을의 초전으로 선택한 것은 포와상 (G2, 2400m)였다

 

개선문상 본방과 동일한 마장에 같은 거리

 

개선문상을 노리는 말로서는 당연히 거쳐가야 하는 레이스였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관성에 의해 아무 생각없이 결정된 경주가 아니었다

 

포와상이 열리는 것은 912, 지난 생 클루 대상으로부터 2달 반이라는 간격이 미묘했다

 

완전히 휴식을 취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고

 

그렇다고 어중간한 레이스를 나간다면 피로가 남을 것이다

 

마지막 레이스로부터 2달 반

 

니노미야 조교사에게는 신중한 판단을 강요하는 미묘한 시간이었다

 

이에 니노미야 조교사는 타다를 유럽 각국에 파견, 다른 레이스의 사전조사를 시키게 된다

 

 

예를 들면 영국의 챔피언 스테이크스

 

간격은 어떤가? 경마장의 잔디는 어떤가? 운송 경로는 어떻게 되는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조사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니노미야 조교사는 포와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방은 어디까지나 개선문상입니다. 오해를 각오하고 한마디 하자면 전초전은 져도 괜찮은 레이스. 그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포와상에 출마했습니다

 

그렇게 출마하게 된 포와상

 

당초에는 출마하는 말이 4두에 불과해 그것만으로도 일본의 보도진과 경마팬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이후 1마리가 더 회피

 

 

출마하는 말은 엘콘도르파사를 포함해 이전에 만났던 보르지아와 크로코 루쥬

 

3두에 불과했다

 

개선문상은 고액의 상금이 걸린 G1 레이스이기 때문에 말이 모인다

 

하지만 그 3주전에 열리는 전초전에는 포와상 이외에도 베르메이유상, 니엘상이 존재한다

 

각각 코바, 암말, 3살마라는 조건만 다를 뿐 모두 같은 2400m의 레이스

 

이것만으로도 출주마가 나뉘는데다가 프랑스 이외의 유럽 각지에서도 비슷한 레이스가 존재하기에 무리하게 롱샹까지 올 필요가 없다

 

또한 전술했다시피 유럽의 레이스 등록 요금은 비싸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포와상에 말이 모이지 않은 것도 납득이 가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모인 3두의 말을 보고 에비나 기수는 이렇게 말했다

 

「뭐, 훈련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딱 적당하려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혼잣말이었지만

 

게이트가 열리고 나자 그곳에는 훈련 같은 미적지근한 레이스가 아닌

 

진정한 엘리트가 되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의 시험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엘콘도르파사는 스타트와 동시에 선두에 섰다

 

그리고 선두를 유지한채 언덕을 오르고 내려 순조롭게 직선을 향했다

 

이 시점에서 이전 이스파한상에서 엘콘도르파사에게 이미 패배를 맛봤던 크로코 루쥬가 탈락한다

 

하지만 보르지아는 쫓아붙었다

 

그리고 안쪽을 찔러들어오며 눈 깜짝할 사이에 엘콘도르파사를 제치고 선두에 섰다

 

 

여기서 에비나 기수의 승부사 기질에 불이 붙었다

 

순식간에 이를 악 문채 필사적인 형상으로 보르지아에게 인파이트를 신청했다

 

호각을 보이며 보르지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린 엘콘도르파사

 

잠시 보르지아와 함께 달린 엘콘도르파사는 재차 보르지아를 제치고는 다시 선두를 탈환

 

세계 최강의 암말을 침몰시키고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이기는게 당연하다는 분위기였어서 솔직히 마지막에는 질 수 없다는 기분으로 달렸습니다. 힘든 레이스였습니다

 

에비나 기수는 웃음을 보이지도 않은채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패독으로 돌아온 엘콘도르파사와 에비나 기수를 바라보는 엘콘도르파사 진영도 그다지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휴식 이후, 좋은 시금석이 될거라 생각했던 레이스 치고는 힘든 내용이었다다음이 본방인데 과연 피로나 반동이 남지 않을런지

 

누구도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모두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그렇다고 이길 수 있는 레이스를 2착으로 들어올 수도 없는 일

 

그렇기 때문에 에비나 기수에게 있어서 힘든 레이스였던 포와상이 아니었을까

 

 

포와상을 우승한 엘콘도르파사는 높은 지지를 받는 유력마로 점찍혔다

 

같은날 열린 또 하나의 전초전, 네일상에서 우승한 3살마 몬쥬와 2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 엘콘도르파사

 

본방이 다가오며 일본의 보도진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럽에 건너오기 전에는 어디까지 통할 것인가라던 기사들이

 

이길 수 있는게 아닌지?,이길 수 있다!로 바뀌어 있었다

 

세간이 그렇게 엘콘도르파사에게 열광하던 도중,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프랑스 원정 이후 반년간 홀로 단 한번도 귀국하지 않고 엘콘도르파사의 곁을 쭉 지켜온 남자

 

사사키였다

 

본방까지 남은 시간이 점점 촉박해져가는 가운데, 엘콘도르파사의 달리는 모습이 그의 표정을 일그러트린 것이다

 

사실 기운이 없어져서 달리는 폼이 무너지는 날이 계속됐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앞으로 조금 남은 여기까지 와서 회피할 수는 없다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정말 고민을 했었습니다.

 

자신의 한마디로 모두가 지금까지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질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사키는 좀처럼 니노미야 조교사에게 말을 꺼낼 없었다

 

그런 사사키를 구원한 것은 니노미야 조교사의 한마디였다

 

1 내내 팔팔하게 유지되는건 불가능하다. 당일이 돼서도 상태가 좋다면 회피하면 그만이다

 

엘콘도르파사의 폼이 무너진걸 전하진 않았지만 니노미야도 최근 엘콘도르파사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다가온 최종 훈련일

 

에이글의 마장에서 달린 엘콘도르파사는 사사키를 놀라게 했다

 

 

에비나 기수를 태우고 달린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무너진 대신 경쾌한 움직임만이 보일 뿐이었다

 

에비나씨가 타서 달리자 마자 지금까지의 무너졌던 폼이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이번주 초만 하더라도 출마 회피를 고민하고 있던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

 

이것이 진정한 기수의 힘인가 하고 사사키를 감복시킨 에비나 기수의 솜씨 덕분에

 

엘콘도르파사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컨디션을 되찾고 좋은 상태로 개선문상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레이스 3일 전 발표된 엘콘도르파사의 게이트는

 

14두 중 가장 안쪽인 1번 자리

 

14두라는 많은 말이 출마하는 가운데 마크 당하는 인기말로서 불리한 자리인 가장 안쪽 자리

 

하지만 에비나 기수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말들에게 둘러 쌓일 바에야 자신만의 레이스를 하자

 

그리고 드디어 운명의 그날이 도래했다

 

 

1999103일 일요일

 

전날부터 쏟아져 내린 폭우는 레이스 당일에는 다행히도 그쳤지만 마장의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당시에는 페네트로메터라는 수치로 마장의 상태를 발표하곤 했는데

 

때의 수치는 개선문상 역사상 최악의 수치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최악의 마장이었다

 

유력마 하나인 데이라미의 오너인 셰이크 무하마드가 마장을 직접 밟아보며 출마 여부를 고민하는 가운데

 

니노미야 조교사는 이미 결단을 내린 상태였다

 

자연은 거스를 수 없다. 마지막 시련이라 생각할 뿐

 

출마 진영에게 배포된 점퍼를 입지 않고 새로 지은 양복을 입은 엘콘도르파사와 함께 패독에 오른 사사키는 고삐를 에비나에게 건네주었다

 

길고 원정도 오늘 이날만을 위해서

 

와타나베, 니노미야, 사사키, 토니, 타다엘콘도르파사와 함께 달려온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마음을 품은

 

78 개선문상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순간

 

모두가 ?!하고 놀랄수 밖에는 없었다

 

몬쥬 진영이 준비한 래빗 (페이스 메이커) 징기스칸 대신

 

엘콘도르파사가 도주를 한 것이다

 

 

다른 13두를 제치고 선두에 섰다

 

크로코 루쥬, 보르지아, 타이거 힐, 데이라미, 판타스틱 클라이트 그리고 몬쥬

 

그 모두를 제치고 선두로 달리는 엘콘도르파사

 

입술을 깨문 채 숨 죽이고 지켜보는 타다

 

프랑스어로 천천히를 뜻하는 두스몬만을 외며 지켜보는 사사키

 

조용히 전황을 살피는 니노미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엘콘도르파사는 누구에게도 선두의 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언덕을 오르고 언덕을 내리며

 

잔디밭을 질주했다

 

 

직선에 진입한다

 

여전히 선두

 

아니, 오히려 뒤따라 오는 후속들과의 거리가 벌어져만 간다

 

그 차이는 실로 3마신

 

이대로 도주를 끝낼 수 있을 것인가

 

스탠드의 함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모두가 엘콘도르파사를 주목했다

 

이기는건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후방의 마군에서 한두

 

홀로 뛰쳐나오며 선두를 향해 질주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프랑스의 3살마 몬쥬

 

엘콘도르파사보다 3.5kg 가벼운 56kg 근량이라는 아군과 함께

 

 

엘콘도르파사 강하다! 리드를 3마신 유지하며 200m를 통과!

 

몬쥬가 엘콘도르파사를 쫓아온다

 

 

개선문상이 눈앞이다! 개선문상이 눈앞!

 

쫓아온다

 

 

하지만 몬쥬가 왔다! 몬쥬가 왔다! 바깥에서 몬쥬!

 

노린다

 

 

몬쥬가 선두! 몬쥬가 선두!

 

일본에서 응원을 위해 달려온 팬들의 함성이 비명으로 바뀐 것은 직후였다

 

그때 상상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완전히 제쳐진다고 생각했던 엘콘도르파사가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가며 몬쥬와의 차이를 좁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엘콘도르파사의 근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낀 남자, 에비나 기수는 질 수 없다는 듯이 몬쥬를 쫓았지만

 

 

끝내 힘이 다해버렸다

 

세계의 정점을 노리고 긴 세월동안 주도면밀한 계획하에 이루어진 세계 제패의 꿈

 

그 꿈은 젊은 왕자의 맹추격 앞에

 

불과 반마신 차이의 패배라는 종착점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쉬운 패배였지만 3착인 크로코 루쥬와는 6마신 차이, 4착인 레겔러와는 11마신 차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였고

 

그가 역대 최악의 마장에서 남긴 2 38초라는 기록은

 

역사속에 새겨지게 되었다

 

훌륭한 레이스 내용 덕분일까

 

레이스 패독으로 돌아온 엘콘도르파사를 맞이한 것은 가열찬 박수와 함성소리였다

 

우승한 몬쥬가 들어오는 알았습니다

 

타다가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로 엘콘도르파사는 경기를 지켜본 모두에게 큰 인상을 남긴 것이다

 

다음날 아침

 

현지의 경마 전문지 파리튤프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올해 개선문상에서는 2마리의 우승마가 있었다」

 

아마 단단한 마장이었다면 졌을거라 생각한다. 그만큼이나 몬쥬에게 유리한 조건속에서도 그 결과라면, 우승마는 2마리나 다름없다

 

몬쥬의 조교사였던 하몬드는 그런 말을 남겼다

 

또한 와타나베 오너는 전례 없는 일본말의 장기 유럽 원정과 더불어 오너 브리더로서의 공적이 인정받아

 

1999년 프랑스에서 가장 활약한 경마인에게 주어지는 란셀 골드상을

 

외국인으로서 최초로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경마사에 엘콘도르파사라는 이름을 깊게 새긴 1999년의 개선문상 이후

 

엘콘도르파사는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

 

 

 

1999 11 28

 

한때 머나먼 프랑스의 땅에서 엘콘도르파사와 함께 달렸던 몬쥬, 타이거 , 보르지아와 같은 말들이 출마한 재팬컵 당일

 

 

엘콘도르파사의 은퇴식이 열렸다

 

많은 팬분들로부터 재팬컵이나 아리마 기념에 출마해 달라는 요망을 받았습니다만 오늘로서 끝마치게된 제 마주로서의 결단을 팬 여러분들도 언젠가 이해해줄 날이 오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긴 시간동안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듬해 2000 1

 

JRA상을 결정짓는 투표가 열렸다

 

엘콘도르파사와 함께 도마에 오른 것은

 

천황상과 재팬컵을 제패했던 스페셜 위크와

 

타카라즈카 기념, 아리마 기념이라는 춘추 그랑프리를 제패한 그래스 원더

 

연도대표마가 3마리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해

 

그런 평가속에서 투표는 혼전의 양상을 띄었다

 

첫 투표 결과는

 

스페셜 위크 83, 엘콘도르파사 71표라는 결과였지만

 

어느 한쪽이 과반수(107)가 아니었기에 11명으로 구성된 선고위원회가 심사에 들어갔다

 

그래스 원더가 최초로 탈락하였고

 

남은 것은 스페셜 위크와 엘콘도르파사의 대결

 

결과는 7:4로 엘콘도르파사의 승리

 

1999년도 일본에서는 단 한경기도 뛰지 않았던 엘콘도르파사였지만

 

그의 전례없는 장기 유럽 원정에서의 장절한 기록들은 그를 1999년도 연도대표마로 만들어주었고

 

JPN 클래시피케이션에서는 일본 조교말로서 과거 최고 점수인 134 파운드를 기록

 

이는 135 파운드인 몬쥬와 데이라미에게는 닿지 못한 점수였지만

 

코바 2200 ~ 2799미터에서는 세계 최고 기록이였으며

 

역대 개선문상 우승마로서도 결코 손색이 없는 수치였다

 

 

30여년간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세계의

 

개선문상에서는 중마장의 귀신, 몬쥬에게 아쉽게 패배해 2착에 머물렀지만

 

일본 경마사상 개선문상에서 2착을 해낸 3두의 필두로서

 

누구보다도 먼저, 누구보다도 빠르게, 누구보다도 강하게 세계의 무대를 달렸던 그는

 

넓은 창공을 나는 마리의 괴조였음이 분명하다

 

 

엘콘도르파사 : 118승 그중 국내 76, 해외 42

                    최초로 3살마로서 재팬컵 제패

                    일본 경마사 최초로 해외 G1 중거리 우승

                    일본 경마사 최초로 개선문상 연착 달성

                    일본 경마사 가장 높은 세계 랭킹인 134 파운드 기록

                    일본 국내 경기를 뛰지 않고도 1999년 연도대표마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