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안식일이 지나고, 미연시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다 건드려봤지만 해본건 이거 하나였다...


내 기억으로는 이거 아주 예전에 했던것 같은데 다시해보니 그때 얼마 안 하고 그냥 접었던듯


뭔가 개쩌는 스토리와 존내 매력적인 캐릭터, 식스센스급 반전과 불끈불끈한 H씬 등등을 기대하면서 여러 미연시를 건드려봤는데


결국 대부분의 미연시를 다 1,2시간만에 접어버렸다.


그러던도중 예전에 했던 AXL사의 프린세스 프론티어가 생각나기도 하고 '명작은 없지만 망작도 없는 안정의 AXL' 이라는 기억에 하드를 뒤져서 발굴한 백화요란 에릭실


현재는 공통루트만 끝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역시나 명작이라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명작 미연시와는 달리 공통루트 끝까지 나를 플레이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주인공인 지미는 신참 순찰사로, 암행어사의 중세판 같은 느낌으로 왕의 명령만 받아 여러 귀족들의 뒤를 캐서 부정을 폭로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있다.


그런데 정의감에 불타는 씹고지식한 지미는 모두가 쉬쉬하던 대귀족의 부정을 폭로하고, 결국 그 대귀족은 벌금으로 끝난데 반해 그의 분노를 산 지미는 변방마을로 쫓겨난다는 내용


사실 전채적인 얼개는 프린세스 프론티어의 문관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능력있는 주인공이 억울하게 변방 마을로 쫓겨나고, 그 마을에 받아들여지고 하나가 된 이후에 마을에 닥친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전개가 상당히 흡사하다



어쨌든 변방으로 쫓겨난 지미는 자신의 소꿉친구이자 순찰호위사인 안드로메다와 변방의 영지, 미르토스로 가고



영주대리를 맡고있는 마가렛



제도를 동경하는 순박한 가희 쟈스민



욕심많은 시스터이자 개그담당 바질



그리고 비밀있는 숙녀, 잡화점의 주인 카토레아를 만나게 된다



이외에도 저택의 유일한 고용인인 메이드 크롯산드라도 있지만...


얘는 시발 누가봐도 마가렛이 변장한거자너... 목소리도 숨길 생각 없고...


사실 마가렛이 크롯산드라라는건 게임 극초반부터 아주 그냥 대놓고 떡밥을 대량으로 풀기때문에 왠만큼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게되는 사실이지만


나는 여기서 한가지 기대를 했다.


이런 식으로 약간 서술트릭 같은 느낌으로다가 마가렛=크롯산드라라는 인식을 플레이어에게 심어준 뒤 사실 쌍둥이였다거나 하는 식으로 무언가 반전을 주지 않을까.


그렇게 두근거리면서 봤는데


개뿔 시벌 응, 마가렛이 크롯산드라 맞어~ 응~ 반전 그딴거 없어~



공통루트의 키워드는 마을 일으키기다.


수년동안이나 제도로 보내는 세금을 체납한 이 영지에는 무언가 부정이 있지 않을까라고 의심했던 지미는 미르토스 영지의 곳곳을 수색하지만



사실 이 영지는 똥구녕이 찢어지게 가난했을 뿐이고, 영주대리인 마가렛이 마을사람들의 온정으로 나눠주는 양식을 받아서 먹고 살 정도로 돈이 없는 곳이었다.


마가렛이 영주대리라면 진짜 영주인 마가렛의 아빠는 뭘 하고있냐하면



아파서 누워있음


;;;; 이게 좀 이상했던게 나중에 밝혀지기로는 지금까지 왔었던 순찰사들이 하나같이 뇌물만 요구하고 지 꼴리는대로 행동해서 그거에 삐진 영주쉑이 히키코모리가 되고, 건강이 나빠졌다는것


시벌 아니 아무리 순찰사들이 ㅈ같이 굴었어도 영주라는 사람이 지 영토가 이지경이 돼가는데 다 내팽겨치고 어린 딸한테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한 다음 방에만 틀어박히는게 시벌 말이여 방귀여


몸이 아픈건 진짜라는데 이게 괜히 저 순찰사들때문에 삐졌다는 설명때문에 꾀병으로 보임;


여튼 이 미르토스란곳은 화폐의 유통도 거의없고, 마을사람들은 물물교환을 하며 마가렛에게 바치는 세금도 호박 20개 이따위로 하는데다 상인의 출입도 없어서 흉년이 오면 영지민 반은 아사당하게될 그런 찢어지게 가난한 곳이다.


제도에서 최신식 교육을 받고 자란 엘리트 순찰사인 지미는 이 마을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하기로 한다.



특산물이라고는 '맛있는 호박' 이거 하나뿐인 개깡촌이라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특산물이 바로 영약


과거 마녀들이 살던 마도제국이 있던 곳에 세워진 이 미르토스 영지에는 영험한 기운을 가진 영초가 많이 자생하고있고, 그걸 이용해 만든 영약은 효과가 아주 좋았다.


그런데 그걸 그냥 팔면 팔리냐? 안 팔린다. 애초에 팔아줄 상인도 없다


그래서 지미는 과거로부터 이 영지에 이어진 축제인 영웅제를 대대적으로 열고, 그 행사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로 한다.


영지가 찢어지게 가난함 - 특산물이 필요해 - 영약을 만들자 - 안팔리네 ㅅㅂ - 홍보를 해야해 - 아, 그럼 축제 빠따죠!


이런 식으로 축제를 열게되는건데... 정말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당연하게도 축제준비가 그리 쉬울리 없고, 초기자금마저도 부족해서 마가렛은 영주를 상징하는 보검을 담보로 교회로부터 큰돈을 빌린다.


만약 돈을 못 갚으면 영지는 교회령이되어서 현 영주인 마가렛 가족은 쫓겨나게 되는것


이것도 뭔가 존내 비장하고 힘든 결정처럼 나오고 막 주인공 지미가 괴로워하고 아주 그냥 뭐 그런데


아니, 그냥 돈 갚으면 되자너; 왜 실패할 걱정부터 해;; 그리고 이자가 얼마인지, 상환기간은 언제까지인지 그런 설명은 물론 없다.


아니 왜 미연시를 진지하게 보세요 ㅡㅡ 딴지걸지말고 그냥 즐기세요 ㅡㅡ^


나이를 먹으니 딴지만 걸게되네



거기에 축제준비도중 안드로메다가 제도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도중 부상을 당해 절벽에서 떨어지는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이때 마도제국의 유산인 텔레포트 게이트가 설치된 동굴을 발견해서 통상 20일은 걸리던 제도와의 거리를 하루만에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단축하게 된다.


사실 이 텔레포트 게이트라는게, 축제에 사람들을 많이 끌어모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는 한다만...


아니 시발 텔포 게이트 있으면 축제 열 필요 없잖어


옆나라랑 가는 무역로가, 그것도 다른 무역로보다 20일은 단축시키는 무역로가 생기고, 그 한가운데에 이 미르토스 영지가 생기게 된건데


그럼 당연히 상인들의 출입이 잦아질거고 사람들이 많아지고, 경제가 활발해지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효능을 가진 영약도 잘 팔릴텐데


그런데 꼭 축제를 해야해?


라는 생각이 들었음


나이들면 죽어야지, 에휴 시바, 미연시 하면서 이딴 태클이나 걸고



여튼 그렇게 축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는데, 또 하나 불만이


이 공통루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축제씬에서, 그것도 히로인 전원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인데


시-발 애들 무대전용 의상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입혀주면 좀 좋니? CG가 저게 뭐니? 축제인데 그냥 평상복 입고 공연하니?


너 내가 누군지 아니? 내가 그것까지 알아야하니?


개소리고, 그냥 뭐 그렇게 축제는 대성황으로 끝나고, 새마을 운동은 성공하게 된다



여러 사건들과 성공을 끝난 새마을 운동덕분에 순박한 마을사람들은 모두 지미를 좋아하게되고,


이에 촌장할배는 미인계를 써서 지미를 이 마을에 정착시키려 한다는걸 끝으로 공통루트가 마무리된다.


사실 태클 오지게 걸기도 했고 스토리에 불만도 좀 있어서 이걸 좋은 작품이었다고 평하기는 조금 애매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해줄만한 작품은 아닐지언정, 나는 매우 재밌게 즐겼다.



AXL 특유의 하이텐션 개그



진지한 이야기가 나올때만 되면 어김없이 분위기를 가볍게 해주는 조연들



그리고 솔직히 원판 CG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주고싶은 귀여운 SD 일러까지


시종일관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였다.


지미를 변방으로 쫓아낸 대귀족도 나중에는 이 영지에 푹 빠져서 오히려 돈을 주면서 응원까지 하고


악역은 없고, 큰 위기도 없고, 반전도 없고 있는거라고는 가벼운 템포로 진행되는 코믹한 스토리 뿐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건드렸다가 그만둔 다른 '명작' 미연시들과는 달리 끝까지 즐길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미연시라는게 무언가


미사일 연속발사 시스템도 아니고 미 연방 시의회도 아니고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다.


미연시의 본질은 미소녀와 연애를 한다는데 있다는 소리이다.


뭐 시공간의 패러독스를 뛰어넘어서 이어지는 장대한 스토리나 교묘한 서술트릭으로 모든 플레이어를 속여서 깜짝 만들게 하는 반전이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새어나와 클리어 이후 1주일은 후유증에 시달릴만한 감동이나


이런건 다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미연시 게임. 그것의 본질은 미소녀와 연애하는것을 즐기는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골든아워, 화이트앨범, 이로도리 등등 여러사람들이 '명작'이라고 칭했던 게임들을 하다가 던져버린 나여도 이 게임을 끝까지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볍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미소녀와 연애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스토리니 명작이니 다 갖다 치우더라도 이 게임을 표현하는데는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근데 사실 다시 생각해보면 뭐 그렇게 막 존나 재밌고 그러진 않았다. 그냥 만화책 읽는 느낌으로 술술 본거지.